‘댓츠 코리아’展 총괄 김민경(대학원 미디어) 감독, “K컬처 원형은 한국 전통문화”
<김민경 예술감독. 김민경 예술감독 제공>
“한류 드라마, K팝, 영화 등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잖아요. 한류의 바탕에 바로 우리 전통문화 원형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원형으로 정면 승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7월 25일∼8월 11일 파리 올림픽 기간 ‘코리아하우스(메종 드 라 시미)’에서 열린 ‘댓츠 코리아: 시간의 형태’ 전시를 총괄했던 김민경 예술감독을 만났다. 그는 코리아하우스 메인 중앙홀을 비롯한 3개의 공간에서 원형,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한 전시를 펼쳤다.
첫 번째 방인 메인 로비에서는 ‘형태의 시작’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였다. 한복과 달항아리, 궁중채화 등으로 한국 전통의 원형을 담아냈다. 한국의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달항아리와 밀랍을 빚어 만든 궁중채화로 한국적 미(美)의 조화로움을 표현했다. 달항아리 뒤쪽 벽에는 ‘답호’와 ‘당의’, ‘원삼 혼례복’이 원색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누나인 화협옹주(1733∼1752) 묘에서 출토된 화장품을 재현한 전통 화장품도 전시됐다.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코리아하우스에 전시된 고 김해자 장인의 ‘누비옷’과 키네틱 미디어아트. 김민경 예술감독 제공>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전시 공간인 ‘원형의 미래’였다.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고(故) 김해자 장인의 ‘손누비 장옷’을 전시한 방이다. 장옷과 함께 현대 과학기술을 접목한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를 통해 전통 길쌈 방식을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김해자 장인은 파리 전시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병석에서 제자와 가족들에게 “우리나라 누비옷이 세계에 알려지고, 글로벌 명품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고 한다. 김 장인의 누비옷은 안팎을 얇게 붙인 천을 0.3cm 간격으로 촘촘하고 세밀하게 바느질하는 ‘세(細)누비’다.
“어두운 전시장에 김해자 선생의 마지막 유작인 손누비 장옷이 걸려 있고, 100개가 넘는 조명과 음악, 실이 싱크를 맞춰 연주를 합니다. 누비를 만드는 실처럼 해금, 가야금 같은 우리나라 현악기의 줄도 모두 실입니다. 이 방에 들어온 외국인 관람객들도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인가 봐요. 러닝타임이 4분이 좀 넘는데, 대부분 서너 번씩 보고 나가곤 했습니다.”
서울대 국악과(작곡 전공)를 졸업한 김 감독은 세종문화회관 삼청각에서 국악공연 전문위원을 맡는 등 국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장, 해외문화홍보원 문화예술국제교류 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아 한복과 한식, 음악과 전시 등 해외에 한국의 미를 알려왔다. 숭실대에서 미디어아트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미디어아트 전문가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릴 때 음악, 미술, 태권도 등 한 분야만 따로 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가 함께 어우러져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장인의 손길로 정성껏 다듬은 세밀한 작품이 많습니다. 세밀함은 왕처럼 귀한 것이지요. 평생 갈고닦은 장인 솜씨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한국 문화의 정수를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