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책사랑 모임 후기
-전병규(철학 98학번) 동문
< 이방인, 알베르 카뮈 >
주인공 뫼르소는 매사에 무심한 사람이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슬픔 대신 피곤을 느낀다.
회사에서 파리 지사 자리를 제안 받았어도 굳이 현재의 생활을 바꿀 이유를 못 느낀다.
상대방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원한다면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는 보통의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에게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기분이나 기본적인 욕구 정도다.
어쩌면 그것이 전부고, 그것은 중요한 것이다.
그는 늘 생각한다.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
지금 죽으나 나중에 죽으나 매 한 가지다.
그래서 꼭 해야 하는 일도 없고 꼭 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없다.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하지 않을 수 있다.
꼭 하지 않아야 할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도.
뫼르소, 그는 옳다.
사람들은 어차피 죽는다.
지금 죽거나 나중에 죽거나.
그래서 인생은 다 거기서 거기다.
아주 좋은 것도, 아주 나쁜 것도 없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죽음을 외면하거나 종교의 힘으로 죽음을 극복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고 할 수만 있다면 영원한 의미까지 부여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뫼르소는 '이방인'이다.
세상이 보기에 낯선 사람이고 큰일 낼 사람이다.
결국 그는 사람을 죽여서가 아닌 어머니의 장례 때 슬퍼하지 않아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뫼르소는 사형수로서 마지막까지 '이방인'으로 살다 가기를 소망한다.
내가 소설에서 가장 진지하게 읽었던 부분은 뫼르소와 신부의 갈등 장면이었다.
뫼르소는 삶의 부조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바꿀 생각이 없다.
분노를 통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그 신념을 지키려고 한다.
반면 신부는 신앙으로 그 부조리를 극복하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부에 가깝다.
인간의 삶은 온통 부조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그 부조리조차도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신이 은총을 베푸는 신이요 사랑을 베푸는 신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