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신응철(철학 88학번) 동문, 상징으로 엮인 세계, 해석으로 풀어내다 출간

상징으로 엮인 세계, 해석으로 풀어내다


저자가 말하다_『현대 문화해석학』 신응철 지음 | 한올출판사 | 384쪽


"권력·상징·해석...
문화의 깊은 층위로 들어가다
의미의 전장으로서 문화,
철학·과학 잇는 사유"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석학은 이해와 해석의 철학이다. 특히 서양의 경우 원래는 성서 해석에서 시작된 분야지만, 이후 문학, 역사, 법학, 철학, 그리고 인간 경험 전반을 해석하는 방법론과 이론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20세기 이후 현대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이 세계와 어떻게 의미를 구성하고 이해하는지를 탐구한다. 

문화해석학은 문화적 현상, 상징, 행위, 담론 등을 해석과 이해의 관점에서 탐구한다. 이는 전통적인 해석학을 넘어서 문화라는 의미의 장을 분석 대상으로 삼으며, 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해 인간이 문화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해하는지를 밝히려고 한다. 문화해석학은 해석을 통해 문화적 현상과 상징을 이해하려는 철학적 접근으로, 철학적 해석학의 개념을 ‘문화 전반’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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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화해석학의 주요 관심 분야는 무엇일까? 문화해석학은 문화 현상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인데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중심적인 관심 분야가 된다. 

첫째, 문화의 의미와 상징 해석이다. 인간이 만든 상징, 신화, 의례, 예술, 언어, 일상 행위 등 문화적 표현에 담긴 심층적 의미를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단순한 행동의 집합이 아니라, 의미가 축적되고 구성되는 담론 체계로 이해된다. 둘째, 해석 주체와 문화 간의 관계이다. 해석자는 특정한 역사적·사회적·언어적 배경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문화 해석이 객관적일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게 된다. 따라서 자기반성과 상대주의적 관점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된다. 

셋째, 역사적 맥락 속에서의 문화 읽기이다. 특정 문화나 관습, 예술 작품 등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생성되고 수용되었는지를 분석하게 된다. 이는 곧 문화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해석 방식이기도 하다. 넷째, 문화 간 이해와 소통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 간의 오해·편견·왜곡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진다. 여기에서는 상호문화주의, 다문화주의 등의 이론적 토대가 포함된다. 

다섯째, 텍스트로서의 문화이다. 문화는 텍스트처럼 읽히고 해석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기호학, 문학비평, 담론 분석 등의 방법론을 빌리게 된다. 이때 ‘텍스트’는 반드시 글이 아니라, 예컨대 한류 드라마, 광고, 음식, 패션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여섯째, 권력과 담론의 상관성에 대한 분석이다. 문화적 의미 형성은 권력 구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권력과 담론에 대한 해석은 단순한 의미 이해를 넘어, 담론에 내재한 권력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요약하면, 문화해석학은 문화의 다양한 층위를 ‘의미 있는 텍스트’처럼 읽고 해석한다. 문화는 단순히 생활양식이나 기호 체계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정체성이 형성되고 재현되는 의미의 장이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문화해석학은 이러한 문화 현상을 철학적 해석학의 틀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인간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든 문화 현상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밝히려는’ 분과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해석학은 문화과학·문화철학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문화과학’은 문화 현상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려는 시도로, 신칸트주의와 독일 인문주의의 전통에서 비롯됐다. 비교문화론·기호학·유형론 등을 도입해 문화의 발전과 구조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내포하고 있다. ‘문화철학’은 문화의 존재론적 기반과 인간-세계 관계에서 문화가 갖는 보편적 역할을 성찰한다. 문화가 인간 존재를 형성하는 방식, 문화적 형식의 본질, 문화와 진리, 자유, 역사성 등의 철학적 주제를 다룬다.

그렇다면 에른스트 카시러(1874∼1945)는 문화해석학, 문화과학, 문화철학의 상호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카시러는 인간을 상징을 사용하는 존재, 즉 ‘상징적 동물’로 규정하며, 인간의 인식 활동과 문화 형성은 상징형식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상징형식의 철학』에서 언어, 신화, 예술, 종교, 과학 등을 각각 독립된 상징형식으로 규정했다. 그렇기에 상징형식은 단지 기호적 표현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은 해석학적 이해, 과학적 분석, 철학적 사유를 모두 포괄하는 인식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에른스트 카시러는 문화해석학, 문화과학, 문화철학의 매개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카시러는 해석학이 강조하는 ‘이해’와 ‘맥락’의 중요성을 상징형식의 구성을 통해 이론화했다. 문화적 의미는 상징을 통해 구성되며, 이는 가다머와 리쾨르의 해석학적 사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카시러는 문화 현상을 과학적 범주로 포섭하려는 시도를 상징형식의 체계화를 통해 구체화했다.  

문화해석학, 문화과학, 문화철학은 각기 다른 방법론적 입장을 지니지만, 인간과 문화의 본질에 관한 탐구라는 공통의 관심을 공유한다. 카시러는 상징형식의 철학을 통해 이 세 영역을 통합할 수 있는 인식론적 지반을 제공했다. 그의 철학은 문화에 대한 해석, 과학적 분류, 존재론적 사유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며, 현대문회담론의 중요한 철학적 자산으로 기능한다. 특히 현대사회의 복합적 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데 있어 그의 사유는 한국 사회 및 글로벌 문화환경 모두에서 유의미한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저자는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 지금까지 연구하고 발표했던 다양한 주제들을 다시 가다듬어 1부에서는 문화해석학 개념과 문화철학, 문화과학 등 현대 해석학의 다양한 층위와의 관계에 대해, 2부에서는 문화해석학의 방법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쟁점에 대해, 3부에서는 기독교 문화해석학의 관점에서 기독교 내부와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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