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2).jpg


김형기(영문 82학번)동문이 《수원문학》 2025년 가을호(통권 제73호) 신인상 수필 부문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형기 동문은 작품 「지킴이 일을 하면서」로 선정되었으며, 9월 24일(수) 수원 예당마루에서 열린 출간 기념식 및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은 홍재문학상, 백봉안익승문학상과 함께 진행되어 많은 문학인과 관계자들의 축하 속에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김형기 동문은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은 뒤, 여행작가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글쓰기에 전념해 왔다. 지난해에는 기행문집 『마발로 걸어서 쓴 여행기』를 출간, 국내 산과 들을 직접 발로 걸으며 기록한 역사문화 이야기를 담아 주목을 받았다.


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1).jpg

수상 소감에서 김형기 동문은 “교직을 내려놓고 길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기려 했던 것이 글이 되고 문학이 되었다”며 “누군가 내 글을 인정하고 소중히 기억해 줄 때 큰 힘이 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4).jpg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5).jpg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3).jpg김형기(영문 82학번) 동문, 《수원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6).jpg



<당선 소감>교직을 내려놓고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며 발자국이라도 남겨두자고 다짐하였다. 발자국이 모여 글이 되고 문학이 되었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내내 문학에 대한 열병이 지속(持續)되었다. 이 나이에 뭔 일인가 싶기도 하였다. 별일이 없으면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이 되지 않으면 오랫동안 명상에 잠기기도 하였다. 때로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였고,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였다.친구를 만나기 위하여 가던 버스 안에서 수원 문학 신인상 당선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주위의 시선이 느껴졌다. 누군가 내 글을 인정하고 소중하게 기억해 줄 때 나에게는 힘이 된다. 오래된 내상(內傷)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호국원(護國院)에 계시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삶의 내내 살가운 말을 건네지 못했던 아들은 이제야 아버지께 담담하게 내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주말에 호국원에 다녀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엄마로서 주부로서 공무원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집사람과 이 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을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이 내 옆에 있어 주어 고맙다. 마지막으로 내 글을 읽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작제목: 지킴이 일을 하면서“선생님! 학교 지킴이 일을 해 보시겠어요?” 친하게 지내는 지인(知人)에게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머뭇거렸다.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하였더니 신청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하여 주었다. 온라인으로 서류를 넣어 학교 관계자와 면담하고 드디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학교 정문에서 건널목을 건너오는 학생들을 위하여 교통지도를 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하면 학교와 주위를 순찰하는 일이었다.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오래된 나의 습관이었다. 현직에서 있을 때 너무 일찍 일어나 새벽같이 출근하곤 하여 가끔 아내의 핀잔을 듣기도 하였다. 퇴직 후에도 일찍 일어나는 습관으로 아내의 볼멘소리가 있었고, 새벽에 창밖을 바라보면 우울한 느낌도 들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나에게는 잘된 일이었다.기분 좋게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에 출근하였다. 노란색 옷을 입고 경고등과 호루라기까지 챙겨 들고 정문 앞의 건널목으로 왔다. 엄숙한 모습으로 길 위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도로를 바라보았다.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왔다. 길을 건너는 아이들이 예쁘다. 핸드폰을 보면서 길을 건너는 아이, 친구와 다정스럽게 가는 아이, 혼자 가는 아이, 혹은 뛰어가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일이 있고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는 나도 즐거운 일이었다. 신호를 어기고 뛰어가는 아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저런! 저런!” 하며 바라보지만, 아이들이 후다닥 뛰어나가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길을 건너는 사람은 학생들만은 아니다. 어디론가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지나가는 아주머니도 있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은 길을 천천히 건너 급기야 차를 막아 세우며 안전을 보장하여 드렸다. 장애가 있어 휠체어로 이동하시는 분은 보도블록의 턱을 피해 우회하도록 하였다. 택시를 기다리는 어르신은 위험해 보여 보도블록 위로 올라오시라고 손을 잡아 도와주었다. 정문 앞에 아이를 내려주며 다소 길게 정차하여 불편하게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다가가서 차량을 이동하여 주실 것을 말하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며 차를 움직이셨다.시간이 되어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수업 시간이 되었나 보다. 늦게 오는 학생들을 위하여 학교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학교 앞에는 작은 명상(冥想) 숲이 있다. 오래전에 이 학교는 담장으로 막혀 있었다. 학교는 담장을 걷어내고 공부하는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숲을 꾸며놓아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다.순찰을 위하여 명상 숲을 걸었다. 학생들의 발길은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홀로 조용히 명상하였다. 숲을 걸으며 풀이나 나무를 바라보았다. 이제 좋은 계절을 만나 나무들이 부쩍부쩍 자라는 듯하다. 명상 숲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자라는 식물마다 개화 시기가 다르니 엇비슷한 이파리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아 자세히 들여보았다. 한 번 읽어서는 잘 알 수 없어, 지나칠 때마다 글을 반복하여 읽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숲길 한쪽에 6.25 학도병 참전 기념비가 있다. 글을 읽어 보니 참전 학도병들은 이 학교의 졸업생들이다. 어려운 시대에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해낸 어린 학생들이다. 참전 기념비를 바라보며 잠시 묵념을 취하였다.그 옆의 홍단풍이 나를 맞이하였다. 5월에 꽃이 피며 봄부터 가을까지 붉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를 지나 숲 저쪽에 어르신이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 조용히 숲길을 돌아 지나갔다.길을 걷다가 건너의 마을 골목길로 들어섰다. 학교 건너편은 빌라와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마을이다. 혹시 학교에 가지 않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까 싶었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조용한 골목길을 걸어갔다. 길을 지나치는 분이 나에게 목례(目禮)하여 나도 답하여 주었다. 서로 인사하니 마음이 상쾌하다. 노란 안전 조끼를 입고 그냥 골목만 걸어도 사람들은 안전함을 느끼나 보다. 이를 확인하고는 몸매를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 세우고 꼿꼿한 자세로 길을 걸어갔다.걸어가는 골목에 요양병원이 있다. 담장 사이로 마당을 보니 어르신들이 나와계셨다. 조금 더 건강해 보이는 어르신은 요양원 마당의 텃밭을 일구고 있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구경삼아 바라보고 계신다. 바라보고 계시는 어르신은 같이 일을 도와주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차가 골목을 지나가 길을 비켜주기 위하여 벽으로 다가섰다.길가에 안전 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안전 조끼를 보니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소리를 내어 인사하니 웃으면서 답하여 주셨다. 하시는 일을 도울 생각에 부러 말을 걸었지만, 본인의 일이라고 하며 극구 사양하신다.또 길을 걸어 작은 유치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유치원 앞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보였다. 젊은 아낙이 오토바이에 아이를 태우고 와서 유치원에 내려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너무 줄어들어 아이들이 없어 유치원을 운영하지 않는가 보다 하며 내심 걱정하였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젊은 아낙이 씩씩해 보였다.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함박웃음으로 아이를 맞이하여 주었다. 유치원에 아이와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선생님은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들어가고, 아이의 어머니는 다시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빠른 속도로 일터로 가고 있었다,다시 길을 걸어 작은 이발소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문을 열 시간이 되지 않았나 보다. 이발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머리를 만져보았다. 머리는 길지 않으므로 가까운 시일 내에 머리를 다듬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발소 앞에 몇 개의 화분을 내어놓았다. 화분의 상추가 잘 자라고 있었다. 상추와 함께 꽃이 있는 화분도 눈에 들어왔다. 꽃봉오리가 아직 여물지는 않았다. 꽃을 보니 주인이 상당히 공을 들여 키우는 것이 느껴졌다. 화분의 꽃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옆에 앉아서 꽃을 바라보았다.자리에서 일어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무인카페에 왔다. 아직 시간이 일러 카페에 오는 사람은 없었다. 무인카페에서 오늘의 일과를 정리하였다. 모자를 다시 고쳐 쓰기 위하여 들고 있던 경광등을 내려놓았다. 거울 앞에서 노란 근무복을 입은 내 모습을 바라보고는 옷매무새도 바로잡았다. 그리고는, 카페에 앉아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길에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