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이주연(불문 04학번) [2026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 시 우수상] 능소화 아래의 解剖 / 2026.1.1.(목)

[2026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 시 우수상] 능소화 아래의 解剖



<능소화 아래의 解剖>

붉은 것들은 언제나 안쪽에 있었다고 나는 오래 믿어왔다. 심장과 허파와 콩팥뿐 아니라, 어떤 날은 팥알이나 기장 같은 곡물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듯 비유적으로 남아 있기도 했다.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째서 그토록 많은 윤리적 부담을 남기는지. 얇은 껍질도 쉽게 갈라지지 않았고 두꺼운 곱창 같은 질감은 오히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살아 있는 것의 내부는 언제나 열림과 닫힘 사이에서 이름을 잃고 


그래서일까, 나는 가끔 사람들이 서로의 속을 보기도 전에 완전히 오해해 버리는 방식을 떠올린다. 전쟁 중인 지역의 아이들이, 혹은 지구 반대편에서 하루를 버티는 생명들이, 

어쩌면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자신의 안쪽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여름빛 능소화가 한껏 타오르던 날, 나는 세계가 얼마나 쉽게 재와 꽃의 모양을 혼동하는지를 목격한다. 

살아 있다는 이유로 부패를 택하거나, 부패 속에서도 빛을 택하거나, 그것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선택이거나, 어떤 생은 갈라서 보아야만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손에 묻은 것들의 쓴 온도를 

허무도, 사랑도, 비릿함도 결국은 한 덩어리의 생에서 조용히 태어나는 것, 능소화 아래에서 나는 그 사실을 더 늦게 알았다. 너무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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