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이주연(불문 04학번) [2026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우수상 당선 소감 / 2026.1.1.(목)

이주연(불문 04학번) [2026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우수상 당선 소감




미향 시 우수상 수상자


당선 소감을 쓰려니 이렇게 아플 수가 없다. 지나간 시간이 주마등이라 어디서부터 봉합을 해야 할지, 갑자기 피가 쏟아지는 기분이다. 아침마다 학교 가기가 두렵고 겁나하던 아이였는데, 돌아보니 나는 자퇴와 중퇴 속에 그 길만 오래 다녔다.

학교 가는 길은 오정희의 ‘노란 거리’(중국인 거리)처럼 늘 매캐하고 어지러웠다... ‘고교 4학년’이라는 만화를 얼핏 본 거 같은데, 그 제목의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이야. 산으로 떠돌 만도 하다.

빨간 구두 에나멜 플랫슈즈를 신고 신춘문예를 준비한다며 노란 낙엽이 깔린 거리를 헤맸다. 안 쓰자니 억울했고, 쓰자니 당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서, 모르는 바다에 풍덩 빠지는 기분처럼 ‘신춘’이라는 제도 자체가 못마땅했다. 문창과들이 당선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부풀어 오르는 호빵처럼 ‘부에’가 났다.

우체국에 납작 빨간 또각또각을 신고 첫 응모를 하고 돌아오는 길. 구두 밑창이 터졌다. 터진 줄도 모른 채 대로의 신호등을 건너다 무언가 묵직하게 감기는 느낌에 아래를 보니, 아차차 이미 밑창은 마지막 사력을 다하며 간신히 붙어 있었다. 그때 단말마 웃음이 터졌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자조와 긍정 섞인 너털웃음이 났는데,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 좋은 일 맞지?!

동생네가 한가득 짐을 싸며 오하이오주로 떠나는 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대륙의 땅을 가늠해 보며 조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요즘 동화는 너무 어려워, 나는 그림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땅에서 나는 누구인지, 잠시 길을 잃고 있었다. 빼빼로가 세관을 통과 할까를 떠올리는데 전화가 울린다.

당선된 ‘능소화 아래의 해부’는 사실 슬픔이다. 능소화는 부잣집(?) 담벼락을 타고 화려하게 피는 여름꽃으로, 모든 꽃들이 지고 난 뒤 가장 뜨거운 계절에 만개한다. 능(凌)소(霄). 이름처럼 하늘을 능가하는 꽃. 도도함과 자만, 명예와 영광이라는 꽃말처럼 눈부시지만, 그 화려함이 지고 난 뒤 바닥에 떨어진 것은 늘 지저분하고 참담하다. 능소화의 반대편에는 겸손이 있다. 나는 그 꽃 아래에서, 떨어진 자리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쪽을 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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